[BL] 종착점 6화

정도윤 0 9,120

6 . 밤에 먹는 사과는 독이다


한참 시간이 흘러 나는 잠에서 깼다.

방의 모든 전등이 꺼져있었고

달빛만이 전등이 되어주었다.


[유현] 하아...


왜 아무도 깨워주지 않았을까.

깨워주고 가도 되잖아. 형들도 안 왔나.

오래 자서 그런지 몸이 엄청 나른하고 상쾌해.

몸을 일으키려 하자 무언가가 내 허리에 감겨있어

다시 뒤로 넘어가 버렸다.

넘어갔을 때의 충격은 폭신폭신하고 포근한 느낌의

침대 같은 느낌….? 침대?

내가 왜 침대에 있는 거지???

이때 옆에서 낮은 조곤조곤하게 울리는 목소리.


[랑] 일어났어?


… 이랑. 니가 왜 내 침대에 있어…?

경악한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형들이 안 깨운 건가…


[랑] 너 엄청 오래 잤다. 안 졸리겠네.


넌 엄청 피곤해 보인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랑] 너 침대로 옮기고 나서 잠들었어.

[랑] 나쁜 짓은 안했다.

[랑] 확실히 치웠으니까 나쁜 짓은 아니겠지.


작게 내뱉는 말에 나는 다시 경악했다.

뭘 치워. 그거 무슨 발언이냐고…!

이랑는 내 표정을 봤는지 내 머리를 쓰담아주며 웃었다


[랑] 장난이야. 표정 봐라?


장난도 적당히 치라고. 치웠으니까 나쁜 짓은 아니라니.

그리고 너가 말하는 건 장난이어도 진담 같단 말이야.


[랑] 그런 표정 짓지 마. 장난 또 쳤다가는 울겠네.

[유현] … 그냥 더 쳐 자라.

[랑] 풉… 유현이 말이 격해졌어.

[랑] 더 잘게. 너 안고서.

[유현] 하? 왜 날 안고자?

[유현] 그리고 저 배고파서 그러는데 내려가게 비켜주시죠.

[랑] 싫습니다. 날 먹어. 그럼 안 배고플걸?

[유현] 또 장난치냐.

[랑] 아 들킴.


뭐가 저리 재미있는지 깔깔 웃으며 나를 꼭 안고 있는 이랑.

자기가 키 크다는 걸 자랑하듯 내 머리 위에 자신의 턱을 올린다.


[랑] 유현아.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한참 웃다가 갑자기 진지해진 톤으로 나를 불렀다.


[랑] 만약에. 내가 널 배신한다면 넌 날 어떻게 할 거야?


저게 무슨 소리지. 너가 날 배신하면?


[유현] 만약이라고 하니까 잘 모르겠다.

[유현] 상상해서 가설로 말한다고 해도 실제로 그럴 거라고

[유현] 미래가 알지 내가 알지는 않으니까.

[랑] 넌 참 현실적이네. 그래도 예를 들어서 말이야.

[유현] 음… 그렇다면 아마 죽빵 먼저 나가지 않을까?

[유현] 니가 날 배신하냐?! 그러면서.


상상하니 웃긴 나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이 찜찜한 느낌은 이상하게 계속 맴돌았다.

만약이란 건 미래에 있을 거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니까.

그것도 현실성이 없는게 아닌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라면.

너무 찜찜한 나는 이랑의 품에서 나와

이랑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 내렸다.

눈이 마주친 이랑은 상당히 슬퍼 보이는 눈을 하고 있었다.

왜…?


[랑] 유현아.


찜찜하다. 이상하게 찜찜해.


[랑] 유현아. 미안해.

[랑] 피곤하다. 잘게.


여전히 나를 꼭 안고서 잠이 든 이랑.

너가 왜 나한테 미안하다고 할까.

그리고 왜 난 이렇게 찜찜할까.

넌 왜 슬픈 눈을 하고서 나를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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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나중에 추가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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