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종착점 5화

<우리 집>


집에 도착한 나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너무 피곤하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잖아.

그 뒤에 따라 들어오는 세 명도 각자 자리를 잡았고

신정환은 우리 집 냉장고가 자기 집 냉장고처럼

열어서 음식을 마구 꺼내왔다.


[정환] 역시 먹을 거 많네.

[시아] 적당히 가져와라. 뒤처리 귀찮으니까.

[정환] 네 네~


상 위에는 신정환이 가져온 과자나 음료로 가득 찼다.

이랑은 이상하게 집에 온 뒤로 나를 계속 빤히 쳐다본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을 정도로.

그런 이랑을 멈춰준 건 한시아였다.


[시아] 얼굴 뚫어지겠다. 이상한 눈으로 뭘 그리 봐.

[랑] 너 본 거 아니거든요~ 유현이 보고 있었지.

[랑] 유현아. 넌 아까 일 어떻게 생각해?


… 먹던 과자가 목에 걸렸다.

당황해서 놀라버려서 그냥 삼켜버렸다.

컥, 켁 거리며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나에게

이랑은 음료를 건네주며 말을 이어갔다.


[랑] 그 말 할 때 진심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랑] 그냥 애들 막기용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 해서.

[랑] 솔직히 여자들한테는 게이라고 하면 땡이지만.

[랑] 방금같이 남자가 고백하면 곤란하잖아.

[랑] 그럴 때 여자 좋아한다고 할 수도 없고.

[랑] 헛소문이었다고 하면 여자들이 또 달려들 텐데.

[랑] 보험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랑] 딱히 나도 니가 싫은 것도 아니고

[랑] 게이라고 소문나도 상관없는 데다가

[랑] 고백하는 거 일일이 거절할 필요 없을 것 같아서랄까.


얘 아침까지 나한테 고백편지 많이 받은 거로

질투하고 있었던 그 이랑 맞나?

마치 먹잇감을 놓칠까 봐 놓치기 싫어서 변명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면 좋을 텐데. 만약 진짜라면…

아니야. 이랑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으니까

기회주의자 같은 성격일 리가 없잖아.


[랑] 어떻게 할 거야? 하지한테도 확실하게 해놓는 게 좋잖아.

[랑] 그런 입버릇 나쁜 애보다는 내가 낫지 않아?


기분 탓. 기분 탓이 아닌 것 같다.

진짜 이제야 먹잇감이 잡히네 같은 기분.

그리고 난 무언가 홀린 듯이 대답했다.


[유현] 그래. 그게 편할 것 같네.

[유현] 보험이라고 하자. 헤어지자면 쉽게 헤어지는.


이랑은 웃었다.

기쁘다는 표정도 놀랐다는 표정도 아닌.

즐기고 있다는 표정으로.


[랑] 그럼 잘 부탁할게. 유현.


이랑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들었던 한가지 생각.

나… 먹히는 건가.

먹혀…? 무슨. 무슨 생각을 한거지.

허공에 손을 허우적 저으며 눈을 감았다.

절대 말도 안된다고.

난 눈을 감은 그 상태로 잠들어버렸다.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체. 

 

-

 

이번건 좀 많이 짧은 것 같습니다. 파일에 4화 원고랑 같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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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정도윤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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