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 이름은 정유현이고 나이는 우리랑 동갑인 18살.
[???] 생긴 건 존... 아니 여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엄청 예쁨!
[???] 남자들 사이에서도 인기 많지~ 눈도 크고~!
[???] 솔직히 벗겨서 확인해보고ㅅ...
[유현] 그 입안에다가 20점도 안 되는 너의 시험지를 넣기 전에 조용히 해.
방금 내 이름을 말하면서 이상한 말들을 나불거린 건
내 친구인 신정환.
저 나불거리는 입 때문에 평판이 안 좋은 편.
[정환] 거기다가 욕도 못해요~ 우리 유현 어린이 ㅋㅋㅋ
욕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
[정환] 어이쿠. 예쁜 얼굴 그 인상이 다 망친다! 인상 펴!
정말 한대 패주고 싶다. 감정 때문에 힘 조절도 안 될 것 같고.
나는 최대한 그를 무시하듯 찌푸리던 인상을 풀고
책상에 팔을 올려 엎드렸다.
귀찮다. 친구랑 노는 게 귀찮은 게 아니라 상대하기가 귀찮다.
학교 전체에 퍼지는 수업 시작종은 그저
잘 시간이라고 알리는 종소리와 같았기에
엎드린 채로 자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딱히 날 건드는 선생님도 없으니까.
엎드려있는 나에게 날라오는 종이 한 장.
난 일어나서 종이를 보고 귀찮다는 듯 대충 책상 위에 올려놨다.
[???] 부럽네. 요번 주만 해도 벌써 10장 넘어가지?
자기도 나 못지않게 받으면서 부러워할 필요가 있나.
이름은 이랑. 외자 이름도 신기하지만
외국인같이 생긴 외모에 친절한 성격 때문인지 인기가 상당히 많다.
[랑] 난 요번 주에 3장 정도 받았는데. 10장...
[정환] 어쩌라고. 이 인기남.
표정을 잔뜩 구기며 랑을 노려보는 정환.
아, 그 표정 볼만하네. 완전 내가 짓고 싶은 표정.
하지만 내가 지어봤자 오히려 약 올리는 꼴이니까.
나는 다시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뜯어볼까, 아니면 그냥 버릴까.
고민하는 사이에 내 종이를 들고 가는 녀석.
한시아...?
[유현] 돌려줘.
[시아] 어차피 볼까 버릴까 고민하고 있었으면서.
윽... 완전히 읽혔다. 표정을 나름 숨기는 건 자신 있었는데.
항상 저 녀석은 내 표정을 읽어낸다.
[시아] 어디 볼까. 당신을 좋아합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시아] 기회가 없어지기 전에 당신을 얻으러 갑니다.
[랑] 와- 당돌해. 취향.
소름 돋았다. 너무 오글거려서. 그리고...
저 일그러진 정환의 표정이 너무 리얼해서.
진짜 나 짜증 나니까 작작해라 같은 표정이랄까.
그런 정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소까지 친절이 읊어주는 한시아.
한번 만나보라는 이랑.
그 사이에서 못생긴 얼굴을 더 구기는 신정환.
아주 볼만한 남고생 드라마네. 이제 싸우겠지.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목표는 나였다.
내 앞에 쾅- 소리와 함께 놓인 종이.
나를 쳐다보는 2명의 시선과 원망하고 있는 1명의 시선.
... 어쩌라고 이것들아.
[랑] 읽고서 가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렇지?
[시아] 그렇고말고. 여자 울리는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쓰레기지.
[정환] 갈 거야...? 날 두고 가는 거야...?! 너도 커플이 되는 거야?!?!
진짜 멍청해 보여 신정환...
[유현] 알겠으니까 일단 자리 가서 앉는 게 어때.
[유현] 선생님이 너희 뒤통수를 노려보시거든.
[유현] 분필 날아올라.
비웃듯이 녀석에게 웃어주며 종이를 주머니 안에 넣었다.
내 말에 흠칫하며 각자 자리로 돌아가는 녀석들.
시아는 일단 내 짝이기에 옆에 앉아 책을 꺼내고는
칠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한시아도 잘생긴 편이지.
문제는 성격 때문에 사랑받지 못하는... 신정환이랑 같네.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나를 쳐다보는 한시아.
[시아] 왜. 내 외모에 반했냐?
아, 좀 귀여웠다. 설마 비웃듯 한 표정이 아닌
기쁘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할 줄 누가 알았겠어.
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아주고서 가운뎃손가락을 펴서 보여줬다.
[시아] 귀엽지 않기는...
딱히 귀엽게 보이고 싶지 않은데.
피식 웃어넘기며 난 그대로 엎어졌다.
이 뒤에는 선생님에게 엄청 깨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