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종착점 2화

정도윤 0 9,372

<교실>


[???] 이름은 정유현이고 나이는 우리랑 동갑인 18살.

[???] 생긴 건 존... 아니 여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엄청 예쁨!

[???] 남자들 사이에서도 인기 많지~ 눈도 크고~!

[???] 솔직히 벗겨서 확인해보고ㅅ...

[유현] 그 입안에다가 20점도 안 되는 너의 시험지를 넣기 전에 조용히 해.


방금 내 이름을 말하면서 이상한 말들을 나불거린 건

내 친구인 신정환.

저 나불거리는 입 때문에 평판이 안 좋은 편.


[정환] 거기다가 욕도 못해요~ 우리 유현 어린이 ㅋㅋㅋ


욕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


[정환] 어이쿠. 예쁜 얼굴 그 인상이 다 망친다! 인상 펴!


정말 한대 패주고 싶다. 감정 때문에 힘 조절도 안 될 것 같고.

나는 최대한 그를 무시하듯 찌푸리던 인상을 풀고

책상에 팔을 올려 엎드렸다.

귀찮다. 친구랑 노는 게 귀찮은 게 아니라 상대하기가 귀찮다.

학교 전체에 퍼지는 수업 시작종은 그저

잘 시간이라고 알리는 종소리와 같았기에

엎드린 채로 자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딱히 날 건드는 선생님도 없으니까.

엎드려있는 나에게 날라오는 종이 한 장.

난 일어나서 종이를 보고 귀찮다는 듯 대충 책상 위에 올려놨다.


[???] 부럽네. 요번 주만 해도 벌써 10장 넘어가지?


자기도 나 못지않게 받으면서 부러워할 필요가 있나.

이름은 이랑. 외자 이름도 신기하지만

외국인같이 생긴 외모에 친절한 성격 때문인지 인기가 상당히 많다.


[랑] 난 요번 주에 3장 정도 받았는데. 10장...

[정환] 어쩌라고. 이 인기남.


표정을 잔뜩 구기며 랑을 노려보는 정환.

아, 그 표정 볼만하네. 완전 내가 짓고 싶은 표정.

하지만 내가 지어봤자 오히려 약 올리는 꼴이니까.

나는 다시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뜯어볼까, 아니면 그냥 버릴까.

고민하는 사이에 내 종이를 들고 가는 녀석.

한시아...?


[유현] 돌려줘.

[시아] 어차피 볼까 버릴까 고민하고 있었으면서.


윽... 완전히 읽혔다. 표정을 나름 숨기는 건 자신 있었는데.

항상 저 녀석은 내 표정을 읽어낸다.


[시아] 어디 볼까. 당신을 좋아합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시아] 기회가 없어지기 전에 당신을 얻으러 갑니다.

[랑] 와- 당돌해. 취향.


소름 돋았다. 너무 오글거려서. 그리고...

저 일그러진 정환의 표정이 너무 리얼해서.

진짜 나 짜증 나니까 작작해라 같은 표정이랄까.

그런 정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소까지 친절이 읊어주는 한시아.

한번 만나보라는 이랑.

그 사이에서 못생긴 얼굴을 더 구기는 신정환.

아주 볼만한 남고생 드라마네. 이제 싸우겠지.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목표는 나였다.

내 앞에 쾅- 소리와 함께 놓인 종이.

나를 쳐다보는 2명의 시선과 원망하고 있는 1명의 시선.

... 어쩌라고 이것들아.


[랑] 읽고서 가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렇지?

[시아] 그렇고말고. 여자 울리는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쓰레기지.

[정환] 갈 거야...? 날 두고 가는 거야...?! 너도 커플이 되는 거야?!?!


진짜 멍청해 보여 신정환...


[유현] 알겠으니까 일단 자리 가서 앉는 게 어때.

[유현] 선생님이 너희 뒤통수를 노려보시거든.

[유현] 분필 날아올라.


비웃듯이 녀석에게 웃어주며 종이를 주머니 안에 넣었다.

내 말에 흠칫하며 각자 자리로 돌아가는 녀석들.

시아는 일단 내 짝이기에 옆에 앉아 책을 꺼내고는

칠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한시아도 잘생긴 편이지.

문제는 성격 때문에 사랑받지 못하는... 신정환이랑 같네.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나를 쳐다보는 한시아.


[시아] 왜. 내 외모에 반했냐?


아, 좀 귀여웠다. 설마 비웃듯 한 표정이 아닌

기쁘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할 줄 누가 알았겠어.

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아주고서 가운뎃손가락을 펴서 보여줬다.


[시아] 귀엽지 않기는...


딱히 귀엽게 보이고 싶지 않은데.

피식 웃어넘기며 난 그대로 엎어졌다.

이 뒤에는 선생님에게 엄청 깨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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