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종착점 1화

정도윤 0 9,926
사람들은 나를 보면 항상 부러움이 가득 찬 눈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나를 꼬드겨서 더 높은 자리를 얻을까
어떻게 하면 나의 비유를 맞춰서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다 부질없는 짓임에도 그들은 나만 보면
언제나 갈궈왔고 바랬었다.
잘난 부모님, 형제들.
일종 스펙 좋은 금수저.
하지만 신이라는 작자가 어떤 것이더라.
완벽을 주기엔 신인 자신조차도 부러워질까 봐
완벽은 절대로 주지 않는
신은 그런 것이었다.
그렇기에 신이라는 작자는 나에게
재능, 우월한 부모님과 형제를 줘놓고서
주위 환경이란 걸 거지같이 만든 거겠지.

[나] 완벽을 바란 적도 이런 것을 바란 적도 없는데.
[나] 정말 멍멍이 같네.

헛 웃음이 나왔다.
내 목소리는 이 장소를 가득 매울 정도로 울려 퍼졌다.

<화장실>

지금 나는 화장실 안이다.
내 왼손에는 커터 칼이라는 흔하면서도 날카로운 칼이 들어있고
나는 지금 그 칼로 내 손목을 베어볼 생각이다.
자살은 옳지 않아!라던가
찌질이도 아니고 그거 하나 못 버티냐?라던가
차라리 그 스펙이 나한테 왔으면.라던가
당사자가 되면 그들도 나랑 똑같은 행동을 했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이 생활을 활용할 줄 알까.

쿵- 쿵-

[???] 너 이 문 당장 안 열어?!
[???] 부숴버리기 전에 나와라.

쿵- 쿵,쿵-

이렇게 생각에 빠지는 사이에 시간은 이미 흘러버렸다.
주체할 시간 따위 없는데.
나는 욕조 근처로 걸어갔다.
다섯 발자국만 걸어도 닿는 작은 화장실.
커튼을 열고 물을 튼다.
최대한 물 흐르는 소리가 커지게.
두 눈을 감고
힘없이 날카롭기만 한 커터 칼을
내 오른쪽 손목에 박히도록 짓눌렀다.

[나] 윽...

면역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몸은 그런 것 따위 없다는 듯이
박혀오는 칼날이 아프다고 목구멍 너머로 울부짖었다.
왜 아픈 걸까.
그렇게 수 없이 맞아왔는데
그렇게 수 없이 찢겨왔는데
이딴 게 아플 리가 없잖아.
더 깊게 박혀달라고
절대로 피가 멈추지 않게 해달라고
이 괴로움에서 살려달라고
감정이 가득 실린 채로 칼날이 박혀있는 손목은
힘없이 욕조 안으로 빠져들었고
피로 인해 붉은색 물감이 되어가는 물들은
어느새 새빨간 토마토주스를 부은 것처럼 변했고
나는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들어
최대한 칼날이 빠지지 않게 욕조 안으로 들어가
마치 수영장에 놀러 온 듯 몸을 물속으로 강제 입수 시켰다.
박혀있던 칼날을 빼고
좀 더 물을 붉게 만들어
그들이 이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들어왔을 때는 이미 내 숨이 끊겨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랄 뿐이다.
제발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종착점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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