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귓가에 스미는 너의 멜로디

류멍몽 0 10,252

ep2. 그의 이야기 -잊고 싶은 기억

(배경: 혜민의 방)

[혜민]“여보세요? 어, 윤미야. 뭐하긴 황금 같은 주말 아침을 레슨과 함께 보내고 있지.”

[윤미]“야, 날도 좋은데 좀 밖에도 나가고 좀 그래라!”

[혜민]“배부른 소리지. 주말 내내 연습해도 모자랄 판에...

그리고 너도 없는 지금. 내가 남친이 있기라도 하냐? 혼자 놀러 다니면 뭐해 궁상맞게...”

그 말이 마치 지금 남친과 여행간 그녀를 겨냥한 것처럼 느껴졌다.

계집애, 아무래도 눈치 깐 모양이군...

하지만 애써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이대로 더 받아주면 솔로인 혜민의 열폭을 몇 시간이나 더 들어줘야할지 모르는 일이니...

[윤미]“뭐 어때? 그거 처음이 좀 어색하지 혼자 다니다 보면 오히려 더 좋다니까?

누구한테 맞춰줄 필요도 없고. 너, 나 없어서 챙겨주는 사람 하나도 없을 텐데... 그래도 그렇게 집에만 박혀 있지 말고 바깥 공기도 좀 쐬고 .

에이, 내가 당장이라도 비행기 타고 갈까?”

[혜민]"치, 괜히... 됐어. 그래도 부산까지 간 친구 다시 불러들일 만큼 양심 없진 않으니까.

대신 다음에 한번 소개시켜줘, 네 남친."

[윤미]“아...어, 어?"

윤미가 무슨 대응을 할 새도 없이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혜민]"나 이제 정말 연습해야 될 것 같다. 이따 저녁에 또 통화하자!”

그 말을 끝으로 혜민은 통화를 먼저 끊었다.

평소 같았다면 먼저 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을 테지만, 윤미의 머릿속은 그것보다도..

[윤미]'아...역시 눈치 깐 거 맞네...'

(배경 전환: 도혁의 방)

희미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포근한 이불의 감촉이 느껴지고, 이내 정신이 들었다.

도현은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이불을 놓지 않은 채, 머리맡에 놓아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0시27분’

해는 벌써 중천에 뜨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여전히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는 경쾌했지만, 특별한 일정이 없던 도현에게는 자신의 숙면을 방해한 소음일 뿐이었다.

[도혁]‘누가 이런 황금 같은 주말 아침에 시끄럽게...’

눈을 다시 감고 잠에 들려고 해보지만, 이미 깨어난 정신은 더 이상 숙면을 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잉'

'지잉'

게다가 폰 진동까지.... 설핏 실눈을 떠 화면을 보니 전화였다.

그것도...

'이재윤 선배'

일주일 전부터 자기 동아리 피아노 반주에 들어오길 권유하는... 아니, 무지하게 질척대는 끈질긴 선배가.

[도혁]'그렇군. 학교에서만 피하면 될 줄 알았건만...전화라는 편리한 기능을 이용해 친히 직접 이렇게 다이렉트로 나설 줄은...'

결국 선배의 전화를 무시할 수 없는 후배인 그가 선택한 방법은 전면전 이었다.

[도혁]"바쁩니다."

다른 전화통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여보세요' 같은 식상한 오프닝 멘트를 생략한다는 점이랄까?

대신 대뜸 통화를 시작 하자마자 뜬금없이 지금 상태를 보고하는 그였다.

하지만 뛰는 도혁 위에 나는 재윤 있다고, 그도 이런 반응을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받아쳤다.

[재윤]"아 그러셔? 그렇게도 바쁜 놈이 이런 날 좋은 주말에 오전 늦게까지 낮잠을 쳐 자고 있단 말이지?"

 

[도혁]'...말에 가시가 있긴 하지만 맞는 말이라 딱히 부정 할 수는 없군.'

오늘도 도혁은 재윤과의 말 씨름에서 패배의 쓴맛을 느끼는 건가..

긴장되는 순간 결국 침묵을 유지하던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도혁]"전부터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피아노 전공하는 학생이 우리학교에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매번 저한테만 이런 제의를 하십니까?"

[재윤]"몰라서 묻냐?

만사에 관심도 없는 심지어 다루기도 힘든 귀차니스트인 네가.

아이러니 하게도 피아노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치는 실력 있는 놈이라 그런다 왜."

다루기 힘들다니... 실제로는 지금도 덕분에 얼마나 많이 휘둘리는 줄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린건가?

하지만 그 말대답 하기도 귀찮아서 그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나저나 황송하게도 존경하는 선배에게 생각치도 못할 타이밍에 생각치도 못할 이런 칭찬을 들으니 새삼 오글거려 미칠 것 같다.

그렇지만 솔직히 자신도 인정하는 부분임이 분명했고 그 부분만큼은 자신도 어쭙잖은 겸손을 떨 생각이 없었다.

[재윤]"그리고 덧붙여서 네가 우리 동아리에 들어와야 사람들이 많이 와.

특히 여학생들이"

[도혁]"...예?"

아니 그러니까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동아리의 번영을 위한 홍보용 이란건가?

기가 막힐 노릇이군.

굳이 뒷부분을 덧붙이지 않았더라면 동아리 재가입을 해야 하나 고려했을 텐데..

[도혁]'나, 참. 이 선배는 다 좋은데 항상 끝이 문제라니까'

"아니 여학생들한테 관심 없는 분 아니셨어요?"

[재윤]"그렇다고 시커먼 사내놈들만 수두룩 빽빽인 동아리를 운영하고 싶진 않지.

그러니까 와라 니가."

아 그러고 보니.... 잊고 싶던 작년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그가 신입생으로 처음 입학해서 이 동아리에 들어왔던 때.

그때 이 동아리에서 자신을 죽자 사자 쫓아아녔던 귀찮은 여선배가 한명 있었다.

사실 그 여자 말고도 동기 선배 가릴 것 없이 도혁을 남몰래 좋아했던 여학생이 엄청났지만

그래도 스토커마냥 그를 쫓아다니며 진상 짓을 했었던 이는 그 선배뿐이었다.

 

-4개월 전-

(배경: 길거리)

[도혁]"이제 그만 나오시죠.

아니면, 이대로 집까지 쫓아올 생각이십니까?"

그러자, 골목 모퉁이에서 미래 선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부터 쫓아온 모양인데...

[미래]"오구오구, 우리 눈치 빠른 도혁이! 어떻게 알았을까?"

[도혁]"......"

조금도 민망해 하지 않고 눈 하나 깜짝 하지도 않는 저 뻔뻔함이란...

[도혁]"적어도 대화는 통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이미 이전에도 저한테 수차례 걸리셨을 텐데요. 제가 선배님의 끈기에 박수라도 쳐 드려야 할까요?"

짜증스러운 말투로 신랄하게 말하는 도혁과는 대비되도록, 여자는 여전히 태연해 보였다.

[도혁]"아니, 도대체 제 집을 알아서 뭐하시려고 이렇게 자꾸 쫓아오십니까?"

[미래]"음, 도혁 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으니까?"

오히려 뻔뻔하게 반문해오는 그녀의 안면에 딱밤을 날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 얼굴에 철판을 하도 깔아서 별로 타격은 크지 않으려나?

[도혁]'하, 진짜 여자만 아니면....'

"선배하고 이러는 시간이 아깝네요. 됐고, 오늘도 저한테 걸리셨으니 이만 돌아가 주시죠."

[미래]"힝, 뭐야 오늘은 진짜 작정하고 따라 온 건데..."

애써 못들은 척, 뒤도 돌아보지 않고건빠르게 앞서 나가는 도혁의 팔을 다짜고짜 붙잡았다.

아무리 둔감한 나지만, 지금 이 여자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있었다.

[미래]"도혁아, 나랑 사귀자. 그렇게 해주면 안 돼?"

[도혁]"......"

'역시 예상대로...'

우습게도 그 고백을 듣자마자 든 생각이 이성에게서 받은 고백으로 인한 설렘은 개뿔.

'이 여자는 나를 과시용으로 곁에 두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키지 않은 고백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당연히....

(배경 전환: 식당)

'딸랑'

이전부터 극구 사양한 동아리 회식을 재윤 선배 전화 한통에 불려왔다.

부원의 의무 출석은 부장 권한이라나?

권력 남용이 분명하지만 별수 있나. 일개 부원일 뿐인데..

[도혁]'아, 진짜 처음으로 부장 자리 노리게 만드네.'

하지만 동아리 부장을 하면, 이래저래 귀찮을 것 같으니 곧바로 생각을 접었다.

[재윤]"차도혁, 여기야!"

[도혁]"부장 때문에 오늘 편안하게 집에서 휴식을 취할 계획이 틀었습니다만,

좀 너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

일순간 그가  흠칫 하게 된 이유는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그 여자라 함은 달리 있겠는가...

바로 그...

[미래]"아니이 이게 누구야아! 나를 뻥~차버린 차가운 차도혀기!"

[동아리 부원들]"뭐?"

갑작스런 폭탄 발언에 일순간 모두의 시선이 도혁에게로 향했다.

차인 쪽보다 찬 쪽이 더 뻘쭘 해지는 이 상황이란

장담하는데 저 여자, 분명 술 깨면 못해도 일주일간은 이불킥 좀 할 거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선배는 아랑곳 하지도 않고 내 앞으로 다가와, 바로 코앞에서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미래]"응? 우리 도혁이~

도혁아아~ 나는 도혁이 꺼! 도혁이응?"

​[도혁]"하, 진짜 도대체 저한테 무슨 악감정 있어서 이러는 겁니까? 선배는..."

'흡!'

이마를 매만지며 말을 이어나가려는데, 도혁의 양 뺨에 차가운 손이 얹어졌고, 그 감각을 깨닫기도 전에 곧바로 입술이 공격적으로 부딪혀 왔다.

!!!

서둘러 선배의 얼굴을 밀어 상황을 중단시켰지만, 당황스러운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부원1]"방금....키, 키, 키스를..."

어디선가 눈치 없이 나온 말이 그의 심기를 더욱 거슬리게 했다.

[도혁]"......"

그의 굳은 표정을 목격한 다른 학생들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부원2]"미래 선배 너무 취하신 것 같아요.. 이만 들어가시는 게.."

[미래]"이거놔아! 나 도혁이랑 한잔 더 할거야야!"

취한 와중에 힘은 어찌 그리 센 건지 제법 체격 좋은 남자 후배가 말렸음에도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괴력으로 뿌리쳐 버렸고,

 후배는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힘없이 튕겨져 나갔다.

도저히 누가 나서서 수습할 분위기조차 되지 않았지만, 먼저 입을 연 것은 도혁이었다.

[도혁]".....재윤 선배. 죄송하지만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재윤]"어...?어.."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향했고,

도혁이 거칠게 닫은 문이 지금 그의 심경을 대변해 주듯 했다.

(배경 전환: 밤 길거리)

 

[도혁]"아, 진짜 더는 못해먹겠네."

역시 인간관계를 맺는 일은 그의 적성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이런 유쾌하지 않은 트러블만 일으킬 뿐이었다.

결국 그는 회심의 결정을 내리고, 문자 전송 버튼을 눌렀다.

(배경 전환: 식당)

'문자왔숑~ 문자왔숑~'

[재윤]"응?"

발신인은 다름 아닌, 도혁.

짤막한 단 한 줄의 문자에서 그의 확고한 마음이 엿보였다.

[도혁]'오늘부로 동아리 탈퇴하겠습니다. 거절은 거절합니다.'

 

 

 

 

to be continued.... 

 

*)'시크릿 러브' 앱에서 정식 연재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후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앱에서 선보이겠습니다^^ 많이 많이 찾아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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