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시조)조류별곡(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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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타조, 펭귄, 독수리 이상 세마리

 

 

 

조류별곡(鳥類別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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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서울대공원.

메마른 낙엽들이 고독한 대지에 낭만을 수놓는 늦가을의 어느 날.

때 아닌 조류독감에 원내의 조류들이 독감주사를 맞기 위해 양호실 앞에 나란히 줄을 섰다.

처음엔 시끌벅적했던 복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이 짧아져 이제 남은 새는 타조와 펭귄과 독수리 단 세 마리. 그 중 평소에도 다른 우리생활에 마주침이 없던 타조와 펭귄은 낯선 외형으로 인한 경계심과 적도지방과 극지방 간의 지역갈등까지 겹쳐 약간의 시비가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야생타조 : , 넌 무슨 새가 오뚝이 같니?

황제펭귄 : 남 말 하셔. 그러는 넌 무슨 새 다리가 중년의 남자다리 같니? 어머 털 좀 봐~ 징그럽다 얘.

이하 타조 : 그래도 난 시속 80킬로거든? 발바닥밖에 없는 숏다리가 정말 어이가 없네?

이하 펭귄: , 숏다리? 난 수륙양용이거든? 무슨 눈만 커가지고...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실제로 보니까 무섭다 야.

타조: 크기가 중요하냐? 시력이 중요하지. 난 이래봬도 4.0이야. 살아있는 망원경이라구!

펭귄: 그럼 난 방수에 물안경이다. 어쩔래?

대머리독수리: 저기 싸우지들 마시지요. 같은 새들끼리...

타조 & 펭귄 : 대머리는 빠져!

이하 독수리 : (심호흡으로 울컥한 기분을 누그러뜨리며) 그러지 말고 실력으로 우열을 가려봄이 어떨까요? 무조건 다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다 큰 새들끼리 우아하게 문예시합으로 서열을 가립시다.

타조 & 펭귄 : (각자 작은 날갯짓으로 서로를 마주보며) 문예시합?

타조 : 문어라면 바다의 대머리라는 그거 말이냐?

펭귄 : ? 대머리 시합이라고? 대머리가 이기려고 수작인 게냐?

독수리 : (한쪽 발톱을 들어 바닥에 참을 인자를 세 번 쓰고 하늘을 보며 숨을 고른다) 그게 아니고, 우리 새들의 조상님이 시조새시니까 문학예술 중의 하나인 시조로 자웅을 겨루어 봄이 타당치 않을까 생각된다는 말입니다.

타조 : ... 과연 일리가 있다.

펭귄 : (독수리의 머리를 보며) 흐음, 대머리가 아니었구나.

 

그리하여 세 마리는 양호실에서 독감주사를 맞은 후에 저번보다 주사가 따끔했다.’ ‘너도 그랬냐? 나도 그랬다.’ ‘간호사가 바뀐 것 같다.’ 등등 저마다 한마디씩 툴툴거리며 복도를 돌아 나와 건물뒤편의 인적이 드문 까치다방에 다시금 모이게 되었다.

 

타조 : (괜한 심술에 눈을 흘기며) 아이스커피가 뭐니? 애들처럼...

펭귄 : 아이스 아메리카노거든? 싼 티 나게 아이스커피라니, 커피 안 마셔본 티내니? 그리고 애들 같은 건 6세 미만이라고 컵에 써 있는 핫초코를 마시는 너 아니야?

타조 : ! (큰 충격으로 두 눈을 껌벅이며 유심히 컵을 살펴본다.)

펭귄 : (짧은 날개로 배를 잡으며)너 정말 새구나?

타조 : !

독수리 : 두 분 모두 기 싸움은 그만하시고, 시합으로 승부합시다. 안 그래도 예술하기 짧은 생인데 입씨름에 서로 다퉈 무엇이 유익하단 말입니까?

타조 & 펭귄 : 알았어.

 

달아오른 쇳덩이 같은 가을의 태양이 세상을 주홍빛 일색으로 물들었을 때. 자만으로 일그러진 보조개로 승리의 눈빛을 빛내며 먼저 날개를 올린 새는 타조였다.

 

타조의 시조

 

창공을 만끽하며 비행은 못하지만

생명이 넘쳐나는 초원의 지상낙원

타고난 임금팔자에 신토불이 살련다

 

펭귄 : (작고 빠른 날갯짓으로 흥분하며) 타고난 건 임금이 아니라 피난팔자 아니니? 지상낙원의 임금님은 사자, 호랑이, 악어, 코끼리 등의 저명한 분들이지. 넌 먹이사슬의 제일 끝자락으로서 땅 끝까지 도망가는 팔자 아니니?

타조 : (두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먹이사슬의 끝자락? 얘가 아직도 시대를 모르네. 요즘의 먹이사슬은 인간과 그 외 동물로서 2단계로 나뉘는 거 모르니? 그러는 펭귄 네 시조는 어떤데?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씁쓸한 맛을 혀끝으로 다시던 펭귄은 자신의 차례를 재촉하는 타조의 모습에 흡족한 미소의 보조개를 여유 있게 올리면서 천천히 부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펭귄의 시조

 

청산리 벽계수...

 

타조 : !

펭귄 : (식은땀에 깜짝 놀라며) 농담이야. 농담. 그냥 인간세계에는 이런 시조도 있었다는 것을 한번 보여주려고 한거야.

타조 : 정말 제대로 해. 조상님 작품 표절하지 말고.

펭귄 : 알았다니까.

 

펭귄의 시조(다시)

 

극지방 블리자드 개소가 넘볼쏘냐

고귀한 대륙에서 오로라 커튼아래

황제는 육해공으로 군림하고 살련다

 

타조 : 잠깐! 시조의 심장이라 불리는 종장 제1음보의 3음절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데?

펭귄 : 황제가 어때서? 황제는 타고난 내 이름이야. 네가 먹잇감으로 타고났듯이 말이지.

타조 : (두 발을 동동거리며) 너 진짜 해볼래?

펭귄 : (날개를 파닥거리며) 그래! 물 속으로 들어와!

타조 : 왜 내가 물속에 들어가? 네가 필드로 나와!

독수리 : 두 분 다 그만 하시라니까.

타조 & 펭귄 : 대머리는 빠지라니까!

독수리 : (접었던 두 날개를 커다랗게 펼치며) 침묵의 미덕. 자치로 할래? 통치로 할까?

타조 : (창백한 얼굴로) , 미안. 좀 시끄러웠지?

펭귄 : (굳어진 목소리로) , 그럼 독수리 네 차례니까...

 

완전하게 성장한 맹금류의 위압적인 부리와 발톱. 날카롭게 휘어진 초승달 밑으로 더욱 빛나 보이는 포식자의 가공할 신체병기에 뒤늦게야 정신을 차린 두 마리는 정해진 왕관의 주인 앞에서 그저 두 눈을 내리감을 수밖에 없었다.

 

독수리의 시조

 

한낮의 총포소리 덧없이 추락하네

세상의 약육강식 찰나에 죽음인데

부귀에 눈뜬장님은 풍전등화 모른다

 

순식간의 다방의 분위기가 서늘해졌다.

기온은 가을의 저녁 날씨 섭씨 20도였지만, 두 마리의 체감온도는 절대 0.

 

독수리 : 저녁시간이 돼서 그런가... 허기가 진다.

타조 : 형님! 펭귄 놈이 맛있습니다. 바다에서 날생선만 잡아먹어서 영양도 풍부하고요. 청정지역인 극지방에서 살다 와서 때도 안탔습니다.

펭귄 : 형님! 마음 같아선 살신성인에 백골이 진토 되어도 가문의 영광입니다만, 전 가죽이 두꺼워서 이빨 나가십니다. 타조 드십시오. 타조 이 놈이 허구한 날 뜀박질만 해서 건강밖에 자랑할 게 없는데 그만큼 고기가 안전하다는 거 아닙니까? 근육이 발달돼서 다리고기는 좀 질기시겠지만 맛보다는 영양생각하고 드십시오. 형님!

타조 : ! 영양을 생각하면 너잖아! 육해공이라며! 세상천지의 비타민을 형님께 바쳐!

펭귄 : 닥쳐! 이 신토불이야. 땅에서 잘 자란 너를 드셔야 형님이 오래 사신다구!

독수리 : (커다란 오른쪽 날개를 한쪽으로만 펴면서) 거기까지!

타조 & 펭귄 : ? (피를 토하는 아우성을 멈추고 슬그머니 형님의 눈치를 본다.)

독수리 : 머리 빠지는 탈모증 환자한테 빠지라는 말은 가슴의 대못이거늘. 대머리라는 혀끝 바늘로 촌철살인당한 영혼이 어찌 한입의 고기로 달래지겠느냐.

타조 & 펭귄 : (날개를 몸통에 찰싹 붙여선) , 죄송합니다. 형님.

독수리 : (혀를 차면서) 어디서 세상 인간들한테 똥 짓거리만 배워 와서는... 부귀영화의 과도한 꿈은 명을 재촉하는 법이거늘 어찌 새로서 새의 본분을 잊고 사는 것인지.

타조 & 펭귄 : 새의 본분이라니, 그것이 무엇입니까?

독수리 : 몸이 가벼워야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수 있듯이,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놓아야 인생이 자유롭고 편할 수 있다는 말이다.

타조 :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을 뚝뚝 배어내며) 제가 잘못했습니다. 형님! 사실은 언제나 푸른 하늘을 동경했지만 조류로써 날지도 못하는 제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히스테리에 억지를 부리고 말았습니다.

독수리 : 그리고 귄아, 납 쪼가리 하나에 허망하게 죽는 형이지만, 난 그래도 하늘을 난다. 총이 무서워 날개를 뻗지 못한다면 우리는 둥지에서 가만히 죽을 수밖에 없으니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우리네 팔자대로 창공이나 원 없이 누비다가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

펭귄 : (긴 부리로 빼액~ 울면서) 형님! 이 겁쟁이의 등가죽을 쪼아주십시오! 전 약육강식의 세상이 너무나 무서워서 언제나 같은 자리를 맴돌며 극지방에서 나올 생각도 못하고 이제껏 살았습니다.

독수리 : 귄아...

펭귄 : 형님의 말씀대로 과감하게 생존권을 넓히고, 번식을 분발해 내년에는 멸종위기라는 불명예를 꼭 탈출해보겠습니다!

타조 : 펭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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