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응모(BL)]마지막 악장

이레 1 17,874

 제목: 마지막 악장

1. 시놉시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는?’이란 질문을 받으면 다들 추억 속 고교시절을 그리며 대답한다. 고교시절요. 하지만 그 시절 마냥 아름답지는 않았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괴로워하기도 했고 열정을 태우며 자신의 길을 걷기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래의 걱정을 쏟기도 하였다. 행복하면서도 괴로웠던 파편의 시기 청춘, 10대의 고교 청춘생활. 그리고 그 가운데 울려 퍼지는 피아노의 선율은 늘 우울했던 진우에게 하나의 치료제가 되어 다가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로 지나고 3학년인 도준은 입시 경재 속 지쳐가고 그의 옆에서 진우는 마치 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며 그를 보필한다. 그리고 진우와 도준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간질이는 감정을 틔운다. 힘든 10대의 모습과 찬란한 사랑이란 감정을 담아 악보를 전하는 그대여. 잔잔한 연주가 그들의 사이를 흐른다.

* 진우의 1인칭 시점으로 이끌어가고 싶은 작품입니다.

 

2. 등장인물:

강진우

18 / 男

2학년

인문계

176cm / 69kg

검은 머리는 한 번도 염색을 하지 않아 찰랑였다. 적당히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은 시원하게 생겼으나 늘 안경으로 가리고 다니곤 했다. 밑으로 쳐진 눈은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충분했으며 실로 그는 늘 피곤에 절어있어 보였다. 피아노를 만나기 전까지 “힘들어.”라는 말을 밥 먹듯이 내뱉기도 했고 속으로는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몇 번이고 했던 학생이다. 결국 한 번의 자살기도로 이어지지만 죽지는 않았다. 현재는 우울증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약물치료를 중단하고 상담치료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백도준

19 / 男

3학년

인문계 음악전공 희망자, 피아노

182cm / 75kg

노랗게 물들인 머리는 어느새 검은뿌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노랗게 물든 머리는 언제나 정갈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는 앞머리를 내리는 일이 없었다. 언제나 가르마를 타 올리기 마련이었다. 덕분에 그의 예쁜 이마가 드러났다. 그의 눈은 위로 쭉 찢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아이들은 그의 이미지를 가장 먼저 싸가지, 차가운놈, 무서운놈 으로 인식하기 마련이었다. 붉게 물든 입술은 여자 것인지 남자 것인지 참 탐다는 빛으로 빛났다. 도톰하기까지 한 입술은 모두가 탐낼 정도로 섹시했다. 아니, 그의 분위기 자체는 언제나 섹시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귀여운 면도 있었으며 상대가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는 짖굿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 그를 묻는다면 츤데레라는 답도 들려왔다. 생긴 것만으로 판단하기엔 만나서 얻는 매력이 너무 많은 놈이었다. 하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완벽주였다. 누구보다 엄격했으며 단호했다. 어쩌면 때문에 호와 불호에 대한 경계가 뚜렷한 이유도 누군가는 음악때문에 생겨난 성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유독 쇼팽의 곡을 사랑했다.

​3. 1화 분량

 

 

1.

  2학년 3반 교실에서 열 걸음, 몸을 한 바퀴 돌려서 앞으로 여덟 걸음. 그럼 총 열여덟 걸음을 걷게 된 셈이다. 말만 들어도 거북한 어감의 숫자. 실로 열여덟 걸음을 걷고 나면 음악 연습실이 나온다. 방음이 되는 건지 의심스러운 음악 연습실은 복도까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구의 곡인지도 모르는, 어쩌면 자작곡일지도 모르는 곡은 늘 방과 후 학교를 울리곤 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용기를 내어 그 문을 열려고 한다. 미닫이문은 의외로 순탄하게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세 방. 그중 단 하나의 방에서만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 가운데 나 있는 조그마한 창문으로 들여다보자 그곳엔 한 남학생이 앉아있었다. 노랗게 물든 인 머리 위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검은 뿌리,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양복을 입었다면 이곳 역시 콩쿠르 대회장처럼 그럴싸하게 보였을지도 몰랐다. 아름답게 흐르던 음악이 끊기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피아노를 연주하던 그가 눈치를 채고 나를 바라보았다. 연주되던 음악이 끊기는 일은 의외로 청자에게마저 썩 좋지 않은 일이었다. 갑작스레 끊긴 느낌이 형용할 수 없는 마음과 함께 두둥실 떠올랐다.

그의 왼쪽 가슴 위로 3학년을 증명하는 분홍색 명찰이 달려있었다. 그는 나의 시선이 더럽기라도 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연습하는데 방해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방해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는데 부탁만 들어주신다면 제가 큰 방해를 드릴 것 같진 않네요.”

 남학생이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뱉어냈다. 그러곤 어서 말해보라는 듯이 턱을 쳐들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저 악보 제게도 주시겠어요?” 나의 손가락을 따라간 그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너 말이야 저 곡 이름이 뭔지 알고하는 소리냐?”

  “아니요.”

 그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평생 살며 손에 만져본 악기란 리코더와 단소뿐인 내가 피아노의 곡 하나 알 리가 없었다. 단지 매일 방과 후 2학년 층을 울리는 저 곡 하나만이 좋아서 나는 일부러 연주가 멈출 때까지 교실에 앉아 연주를 듣곤 했다.

  “마주르카.”

  그의 목소리에 맞춰 창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이 악보를 간질였다. 팔랑이는 악보가 흩어지며 내 발 언저리로 악보가 떨어졌다. 악보에는 딱딱한 영문으로 ‘Mazurka’가 쓰여있었다.

  “쇼팽의 곡이야. 좋아하는 곡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아둬.”

  그가 허리를 굽혀 떨어진 악보를 주워 모았다. 가장 위의 악보의 오른 편에는 삐Ens 글씨로 ‘백도준’이란 명찰과 같은 이름이 쓰여있었다. 그리고 그는 내게 악보를 넘겼다.

누군가는 말했다. 음악은 마음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그리고 나는 3월의 봄, 안식의 곡을 건네받았다. 어쩌면 지긋지긋한 선혈을 마음의 선율로 바꿔줄 그 악보를 가슴에 품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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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이레  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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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서울학생
우와, 엄청 설정이 디테일해서 좋네요. 내용도 좋고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