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죽이는 이토준지의 쾌감

지동 0 15,365

토미에_이미지1

 

 

어느 날 토막 사체로 발견됐던 여고생 토미에가 살아 돌아온다. 그녀는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담임 교사를 유혹하고, 남자친구였던 야마모토에게 애정을 표현한다. 그 모습을 경악에 차 바라보는 동급생 마츠바라.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그녀가 주는 공포에서 도망치기 위해 마츠바라와 야마모토는 경찰서에 가려 하지만, 그들 앞을 같은 1학년 B반 학생들이 막아선다. 사실 토미에를 죽인 것은 담임 교사를 포함한 B반 전체였기 때문이다. 야외 수업 중 담임 교사와 야마모토 사이에서 애정 싸움을 벌이던 토미에가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져 죽자, 학급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그녀를 마흔 두 조각으로 나눠 유기했던 것.

 

 

 

▲「토미에」 중에서. 아름다움을 앞세워 독선적으로 행동하는 토미에, 동급생들에게 그녀는 ‘죽어도 싼 여자’다.

▲「토미에」 중에서. 아름다움을 앞세워 독선적으로 행동하는 토미에, 동급생들에게 그녀는 ‘죽어도 싼 여자’다.

 

 

토미에가 무슨 요술을 부린 것인지 B반 학생들은 하나둘씩 미쳐가고, 자살자가 속출한다. 하천에 토미에의 심장을 버렸던 마츠바라 역시 동네를 떠나 바닷가로 이사한다. 어느 날 해변가를 걷던 마츠바라는 토미에의 심장을 포장했던 종이를 발견하고, 근처 동굴에서 나무처럼 새롭게 자라나고 있는 토미에를 발견한다. 토미에의 악몽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토미에는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절벽에서 떨어진 뒤 숨이 붙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질투하던 여학생들의 동조로 토막 살해는 빠르게 결의됐다. 남녀를 불문한 인간의 음습함이 괴물 토미에를 잉태시킨 셈이다.

이렇게 되살아난 토미에는 많은 남자들에게 접근해 그들을 파괴한다. 나이도, 직업도 불문이다. 애인이 있어도 유부남이어도 상관없다. 토미에는 어느 순간 남자들 앞에 나타나 “나를 갖고 싶지?”하고 묻는다. 남자들은 그녀에게 휘둘리다 문득 살의를 느끼고 그녀를 죽인다. 살의의 동기는 알 수 없다. 그냥 ‘죽여버리고 싶은 여자’ 토미에의 시체는 피 한 방울, 세포 하나 마저도 모두 새로운 토미에를 자라나게 할 씨앗이 된다. 토미에의 장기는 이식자의 육체를 서서히 잠식해 나가다가 결국 빼앗아 버린다. 고깃덩어리처럼 벼려진 토미에의 살점은 밭에 심으면 식물인양 자란다. 도려내진 신체의 단면에서 또 다른 신체가 뻗어나와 기괴한 형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늘어난 토미에는 방방곡곡으로 흩어져 또 다른 희생자를 물색한다.

 

 

 

▲토미에의 토막난 몸은 각각의 다른 토미에가 되어 방방곡곡으로 흩어진다.

▲토미에의 토막난 몸은 각각의 다른 토미에가 되어 방방곡곡으로 흩어진다.

 

 

 

 

일본 여배우들의 등용문, 영화 『토미에』 시리즈


지난 2011년, 일본에서 일곱 번째 토미에 영화인 『토미에:언리미티드』가 제작됐다. 당시 토미에 역에 ‘나카무라 미우’라는 여배우가 발탁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에서 『여고괴담』 시리즈가 그렇듯, 『토미에』 시리즈는 일본 영화계에서 신인 여배우의 등용문으로 여겨진다. 지금은 일본의 대표적인 여배우가 된 칸노 미호도 1기(?) 토미에 출신. 사실 토미에의 외양에는 정답이 없음에, 새로운 토미에가 발표될 때마다 “나의 토미에는 이렇지 않다”며 해당 여배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토미에는 이미 만화에서 현실로 넘어와 그 유혹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은연중에 현실 속 토미에를 살해하며 또 다른 토미에를 낳고 있는 것이다.

 

 

 

▲토미에의 아름다움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로테스크한 신체 훼손과 잔인한 살해 장면을 목격하고도 또 다시 그녀에게 열광하게 만든다.

 

 

▲토미에의 아름다움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로테스크한 신체 훼손과 잔인한 살해 장면을 목격하고도 또 다시 그녀에게 열광하게 만든다.

 

 

 

 

 

출처 에이코믹스 김지혜 기자 『토미에』, 아름다움을 살해하는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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