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종착점 3화

정도윤 0 8,842

수많은 수업이 끝나고 마지막 종례시간.

선생님은 통쾌하고 간결하게 집 가라는 소리만 하고 사라지셨다.


[시아] 그만 자고 일어나.

[유현] 그냥 엎드려 있던 거거든...


살짝살짝 흔들리는 몸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이미 많은 학생이 없어졌고

깊게 잠든 것 같은 신정환이 보였다.


[랑] 이 바보는 언제까지 자려는 거지

[랑] 야- 일어나봐. 학교 끝났어.

[정환] 으응... 졸려...

[랑] 일어나라. 피시방 가자며.

[정환] 아! 가야지...!!


피시방이 뭐길래 잠에 홀려있는 녀석을 일으키는 거야...

게임을 상당히 좋아하지만 게임 쪽으로 꿈이 잡히지도 않았으면서

피시방만 간다고 하면 자고 있더라도 먹고 있더라고 벌떡 일어났다.


[정환] 유현이도 갈 거지?

[시아] 나랑 집 가야 해.

[정환] 에... 왜? 둘이 이상해~~

[시아] 뭐라는 거냐. 간다.


정환은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보더니 설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얘들 앞에서 내가 게이라고 말했구나.

애들 앞에서라기보단 자꾸 들어오는 고백이 짜증 나서 거절한다고

여자애들한테 나 게이라서 안돼라고 한 말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 내가 게이라고 한 게 소문이 났고 웬만한 학생들은 알고 있다.

그때 녀석들의 표정을 보고 해명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부터 녀석들은 알면서도 장난으로 게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시아] 너 뭐하냐. 가자니까?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한시아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고백… 답하러 가야 하는데.


[유현] 편지 답 좀 전하고 가자.

[시아] 귀찮게 왜.

[랑] 뭐야, 할 마음 없던 거 아니었어?

[정환] 유현이가 날 버리려고 한다!!


… 너희들이 답은 꼭 해주라며.

옅게 한숨이 숨구멍을 타고 흘러나왔다.


<학교 뒤뜰>


최대한 녀석들을 무시하면서 나는 종이에 적인 장소로 갔다.

녀석들은 눈치가 있는 건지 뒤로 빠져 숨어서 구경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호기심은 가득했었다.

나에게 고백해오는 사람들의 멘트들은 너무 단순하고 뻔했으니까.

하지만 장난스럽게 보낸 편지는 처음 받아봐서

장난스럽게 보내온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장소에 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장난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만만해 보였거나.

모르겠다. 그냥 항상 무시하던 데로 무시했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몸을 돌려 녀석들에게로 가려고 했다.

나를 크게 부르는 소리만 아니었다면.


[???] 정유현!!!


...엄청 익숙한 목소리.

내가 아는 사람인 건 분명했다.

일단 나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아니다.

나는 다시 몸을 돌려 달려오는 녀석을 봤다.

강하지. 강하다는 게 아니라 저 녀석의 이름이 강하지다.

강아지라고 놀림당하기도 하던데.


[하지] 으헉… 잠깐 숨..숨 좀 쉬고…

[유현] 그러게 왜 그렇게 달려와. 할 말 있어?

[하지] 흐허...헉… 그. 그 그 종이 받았...어?

[유현] … 그거 너야?

[하지] 봤구나! 와줘서 고마워. 장난친 걸로 알고 안 올 줄 알았거든.


말도 안 돼. 일단 얘 남자라고.

난 지금 남자한테 편지를 받은 거고

편지의 내용은 오늘 고백합니다 같았는데

편지의 주인은 남자고 고백받는 사람도 남자고.


[하지] 놀란 거 같은데… 그게 음..

[하지] 장난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진심이니까.

[하지] 좋...아해 유현아.

[하지] 그… 그래..! 이상할 수도 있어! 그래도 소문… 들었거든.


소문…? 설마 그 소문은 아니겠지. 상황을 봐서는 맞는 것 같지만.


[하지] 그러니까. 어… 응. 좋아해. 사실 처음에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하지] 다른 반이기도 하고…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생각했어.

[하지] 하지만 계속 생각나잖아. 같은 반이었으면 계속 볼 텐데.

[하지] 시아나 정환이한테 질투하기도 했고

[하지] 너한테 고백하려는 x들이 존x 마음에 안 들었고.


뭔가 점점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는 건 기분 탓인가.

강하지의 말은 점점 가면 갈수록 거칠어졌다.

남자가 남자를 왜 좋아하는 것인지

자신의 감정을 알고 나서 며칠간 패닉 상태였다 던지.

그보다 시아나 정환이를 왜 질투해?

나는 강하지가 더 신경질적으로 변하기 전에 말을 끊었다.


[유현] 그거 그냥 내가 오래된 친구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유현] 소꿉친구잖아. 12년간 알고 지낸 사이니까 오해한 거 같은데.


강하지는 내 말을 가만히 듣더니 수긍하듯 말했다.


[하지]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 근데 만약 아니라면 수업 시간 내내 네가 생각날까?

[하지] 그 거지 같은 샘 면x도 너로 보이니까 존x 사랑스럽잖아.


대화가 안 통했다. 통할 수가 없던 거였다.

이 녀석은 진짜로 날 좋아하는 거 맞아?

좋아하면 상대방 의견 좀 들어달라고.


[하지] 며칠만 사귀어 줘도 괜찮아. 그러니까 사귀자. 유현아.


… 남자랑 남자가 사귀는 게 말이 되냐고.

나는 작게 한숨을 뱉고서는 강지하를 쳐다봤다.

진심인 눈을 한 사람은 대하기 힘들다.

여자도 남자도 똑같다. 진심인 건 망치기 싫어진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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