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뻗으면 닿을 거리] 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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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 안>

 

 

 

[나] ...비나이다..

 

 

아파트 창문 너머로 보이는거라곤 어둠이 짙게 깔린 이 야밤에, 평소 자주 보던 초능력을 주제로 다루는 영화를 틀어놓고 나는 빌고 있다.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신에게 무릎까지 꿇어가며.

 

 

[나] 이번에는, 제발..

 

 

제발,

 

 

 

[나] 친구들 잘 만나게 해주세요..

 

 

내 작은 소원이다.

 

 

 

 

 

 

 

 

 

[엄마] 밥먹고 가!!

 

 

[나] 엄마, 시간 없어!!!!

 

 

신발 안에 잘 들어가지도 않는 발을 억지로 구겨 넣으며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엄마에게 소리쳤다.

 

 

[나] 오늘 첫 등교잖아!!

 

 

그렇다,

 

오늘은 첫 등교다.

 

새로운 학교에서의 첫 등교, 조금은 설레기도 한다.

 

 

 

[나] 다녀올게!!!

 

 

설렘을 품에 가득 안고 제법 가벼운 발걸음을 이끌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처음으로 등교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가득한 것 같다.

똑같은 교복, 명찰색, 단정한 머리.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학생들의 모습이 눈앞에 가득했다. 악몽같던 전 학교의 학생들에 비하면, 저기 지나가는 화장 진한 학생들은 별 것도 아니었다.

그 애들한테 시달리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안좋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니 구역질이 나오는 것만 같다.

 

다시금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이 무거워진 발을 재빨리 털어냈다. 그건 과거일 뿐이라고! 차마 밖으로는 뱉어낼 수 없는 말을 속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나] ...하아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실 이 학교에 첫 등교긴 하지만, 그건 내게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나는 전학생이니까.

 

 

 

 

 

 

 

<교무실>

 

 

[선생님] 그래, 그러니까...

 

[나] 수리라고 합니다! - (이 상황 이후부터 '나' 가 아닌 '수리' 로 표기)

 

[선생님] 아, 맞아 맞아. 수리였지.

 

 

그세 이름까지 까먹으신건가, 하하하..

뭐, 상관 없겠지.

 

선생님은 깊게 한숨을 쉬시며 이리저리 서류를 뒤적이다, 이내 찾으신건지 어두워졌던 표정이 급 밝아졌다. 아마, 나에 대한 정보가 잔뜩 적혀있는 서류임이 틀림 없겠지.

 

 

 

[선생님] 으음.. 어디보자아...

 

 

딱보니 선생님은 아직 팔팔한 청춘이신 것 같은데, 왜저리 기억력이 안좋으신 건지. 약간 허당끼도 보이는게 어떻게 선생님이 되셨는지 의문이라도 제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선생님은 서류를 눈 가까이 가져다 보시며 끄응, 앓는 소리를 내시더니 갑자기 내 손목을 턱 잡고는 그대로 일어나셨다. 서류는 손에 그대로 든 채 내 손목을 잡아오신 선생님이 낯설게만 느껴져 놀란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는데,

 

 

 

[수리] ..저, 선생님?

 

 

[선생님] 우유 가져오라고 하는거 까먹었다!!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걱정되기만 한다.

 

 

 

 

 

 

 

 

 

 

 

2.





​<교실> 





드르륵-

 

 

요란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선생님이 문 밖에서는 매우 비장한 표정을 지으시고는 교실로 들어가셨다.

 

 

 

 

 

[선생님] ...

 

 

 

 

 

들어오라는 말도 없이 교탁에 서신 선생님을 바라보며 밖에서 우물쭈물 뜸을 들이고는 선생님의 눈치를 보고 있던 찰나였다.

 

 

 

 

 

 

 

 

 

 

[남자] 뒤통수다.

 

 

 

 

..어?

 

 

 

 

 

 

[수리] 에?

 

 

 

 

 

 

웬 멀대같이 키 큰 남자가 내 뒤에 우두커니 서더니, 뒤통수라며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저거, 지금 나한테 한 말 맞지? 딱 봐도 나한테 한 말이잖아 저거..

 

 

 

 

[남자] 뒤통수가 둥글둥글.

 

 

 

 

 

...얘도 어디 모자란건가.

 


이 학교에는 제법 이상한 사람들이 많구나, 라고 생각하던 찰나.

 

 

 

 

 

 

[선생님] 거기, 전학생 들어오고, 그 뒤에 서있는 이지혁이도 들어와라. - (마찬가지로 이때부터 '남자' 가 아닌 '이지혁' 으로 표기)

 




 

[이지혁] 앗, 걸려버렸다.

 

 

 

선생님에게 이지혁이라고 불린 저 남자는 아마, 내가 들어갈 반의 학생인 것 같다. 그리고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보니, 말투대로 똘끼 넘치게 생겼달까..

아무튼 이런 말할 때가 아니지. 서둘러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허둥지둥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군대는 목소리, 전학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다. 아마 평생가도 익숙해지지 않을 이 수군거림.

아아, 또다시 안좋은 기억이 떠오르려 한다.

 

 

귀가 멍해지는 기분에 그만 정신줄을 놓을뻔 했다.

 

 

 

 

 

 

[수리] ..수리, 라고 합니다.

 

 

 

반 아이들에게는 간단하게 이름밖에 말하지 못 했다. 이 기분 나쁜 떨림이 가라앉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저 시선들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선생님은 나를 자리까지 안내해주셨고, 그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쎄한 느낌이 들었다. 의자가 차가워서 그런건가, 착각을 하게 만들정도로 냉한 기분.

가방을 책상옆에 걸어놓고 곧있으면 쉬는시간이니 얘기들 나누라는 선생님의 말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가만히 앉아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만 하였다. 모든게 낯설다. 그렇게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내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여학생1] 전학생 안녕!

 

 

[여학생1] 그러니까.. 이름이, 수.. 뭐였더라?

 

 

[여학생2] 수리, 병x아.

 

 

[여학생1] 아 맞다, 수리. 이름 완전 특이하다. 어디서 왔어?

 

 

어느새 내게 다가온 여학생들, 아까와는 다르게 신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많은 시선들에 어쩔줄 몰라하며 쩔쩔매고 있는데,

 

 

 

[여학생3] 수리는 진짜 이쁘게 생겼다-

 

 

부러워.

 

 

부럽다는 말 하나가 귓가에 강하게 스며들어왔다.

 

 

 

[수리] 어?.. 아, 아냐. 나 안 예뻐.

 

 

 

예쁘다는 말은 난생 처음 들어봤다. 그런 말, 내가 들을 수 있을리가..

 

 

 

[여학생1] 뭐? 구라치는 것 같은데. 너 엄청 이뻐! 그거 예의상 하는 말이야?

 

 

[수리] ..아하하..

 

멋쩍게 웃어보였다. 이런 칭찬은 익숙하지도 않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입꼬리는 저 혼자 씰룩거리며 어쩔줄을 몰라한다.

 

 

[여학생4] 수.. 맞아 수리! 수리야! 너 우리랑 같이 밥 먹을래?

 

 

[여학생5] 우리 홀수니까, 너까지 합해서 먹으면 딱 짝수네.

 

 

 

 

행운의 여신은 역시 나의 편이었다. 전학 온지 한 시간 조차 지나지 않은 지금, 내게 다가온 저 아이들이 함께 밥을 먹자 했으니까.

그 말은 즉슨, 너도 이제 우리랑 놀자. 뭐, 이런 뜻이겠지.

겉보기에도 나빠보이진 않고, 몇은 화장이 조금 진하긴 하지만 상관 없으려나.

 

 

[수리] ..고마워.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 곁에 둘러싼 아이들에게 말했다.

 

 

 

조금은, 평탄한 학교 생활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데자뷰가 느껴지는건, 기분탓이었을까.

 

 

 

 

 

 

 

 

 

3.

 

 

 

 

 

 

 

 

[여학생1] 수리이-

 

 

 

며칠 사이에 급격하게 친해진 나와 저 무리들, 왜인지 모를 안정감이 느껴진다.

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에 심장이 간질거린다.

 

 

 

[수리] 왔어?

 

 

제법 화장이 진하지만 애가 나쁜건 아니니 상관 없다. 붙임성도 좋고, 나를 챙겨주는 얼마 안되는 애들 중 하나니까.

숙제를 덮어놓고 제법 귀여운 목소리로 재잘재잘 들려오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같은 반 여자아이와 평범한 주제를 가지고 말이 오가는 것도 꽤 오랜만인 것 같다.

 

 

 

한참동안 평범하게 화장품이나, 옷. 우리 또래들이 흔히 꺄르륵 거리며 나눌만한 얘기를 하는데 타이밍 안좋게 수업종이 울려퍼졌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여자아이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내 옆자리가 저 여자애였으면, 좋겠다. 아니면 차라리 다른 애라도 좋으니,

 

 

 

[이지혁] 야,

 

 

 

 

 

[이지혁] 수리수리마수리?

 

 

 

..얘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유치하게 이름가지고 놀리는 모습과 진짜 유치원생인가, 라고 몇 초동안 진심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저 행동들이 참으로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웃기기도 했지만 왠지 정겹달까,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빡치는건 사실.

 

 

 

[수리] 수리라고. 리라고 부르던가 수리라고 부르던가.

 

 

[이지혁] 수리수리마수리.

 

 

 

입에는 불량하게 막대사탕을 물고 저 수리수리마수리 하나로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이지혁.

이럴 때는 무시가 답이라고 했던가, 그 말대로 이지혁에게 꽂았던 시선을 다시 거두어 칠판으로 향했다.

 

 

 

 

 

[이지혁] 수업 들어?

 

 

[이지혁] 안 어울리게 모범생 놀이냐.

 

 

 

혼잣말인가, 아니면 나한테 하는 말인가. 헷갈리게 만드는 이지혁의 입을 뚫고 튀어나온 저 말들이 거슬렸다.

공부 좀 하자고.. 공부.

 

 

 

 

 

 

 

 

 

 

한참동안 노트 필기를 했다. 슬슬 초반에는 불탔던 열정들이 식어가며 지루한 느낌에 절실하게 저 창문을 뚫고 나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수업시간에 지루하면 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습관이 여기서도 여전하게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창가쪽에 앉아 있던 이지혁을 눈에 담아버렸는데,

 

 

 

 

[이지혁] 뷰뷰,

 

 

요상한 소리를 내며 한 손으로는 펜을, 또 나머지 한 손으로는 지우개를 둥실 떠올리는 이지혁이 보였다. 뭐야 저게, 착각인가? 칠판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본 탓인가. 눈을 재빠르게 비비고는 다시 한 번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이지혁의 손을 쳐다보는데,

 

 

 

 

 

 

[이지혁] ...어?

 

 

 

아까와는 다르게 잔뜩 놀란 표정으로 나와 눈이 마주친 이지혁이였다. 그 시선을 나도 모르게 피해버렸지만, 내가 방금 본게 착각이 아니라면.. 저거,

 

 

 

 

 

 

 

때마침 쉬는시간 종이 울렸다.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쉬는시간은 왜이리 빨리도 찾아오는건지. 답지않게 책을 책상 서랍 안에 구겨넣으며 이지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지혁] ...

 

 

 

안절부절해 하는게 눈에 훤히 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매섭게 변하는 저 눈빛, 나도 모르게 겁먹어 그 눈빛마저 또다시 피해버렸다. 얼른 이 자리를 뜨는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뒷문으로 옮겼다.

 

 

 

 

 

[수리] ..뭐야, 왜 따라와..?

 

 

뒤에서 빠른 걸음으로 나를 따라오는 이지혁을 눈치챈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빠른 이지혁의 발걸음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기분에 느려진 발을 재촉하였지만, 길쭉길쭉한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오는 이지혁의 걸음을 따돌리지 못하는 건 당연하고 속수무책하게 따라잡혀버렸다.

뒤에서 내 어깨에 묵직하게 손을 올린 사람은 안봐도 뻔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놀란 나는 바보인걸까.

 

 

 

[수리] ..뭐. 뭐야?

 

 

[이지혁] 너,

 

 

[이지혁] 너 내 손 봤지.

 

 

[수리] 어.

 

 

아, 나도 모르게 칼같이 대답해버렸다. 내 확실한 대답을 들은듯한 이지혁의 표정이 급 어두워지더니 이내 나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며 한숨을 쉬는 이지혁이었다. 저런 모습을 보니, 아까의 놀란 마음들은 모두 나를 피해 달아난 것만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는 학교 뒤뜰로 나를 데리고 나간 이지혁은 눈썹이 요상한 지렁이 모양으로 휘어진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이지혁] 아무한테도 안 말하면 안 돼? 

 

 

[수리] 응.

 

 

[이지혁] ...허억.

 

 

이지혁은 생각보다 충격적인지 입을 쩌억, 벌리며 반쯤 혼이 나간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저런 가벼운 장난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다니, 생각보다 중요한 걸 내가 본 모양이다.

 

 

[수리] 농담이야, 아무한테도 말 안해.

 

 

[이지혁] ..진짜지 호빵머리?

 

 

 

 

..어느새 호빵머리로 전략한 나였다. 저 말을 들으면 구지 안해도 되는 말을 하고 싶게 만든다니까.

 

 

 

 

 

[수리] 그나저나, 그거. 초능력이야?

 

[이지혁] 어? 어..으, 어.. 어. 아마.

 

 

왜 답지 않게 말을 더듬는거지.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이었다.

벤치에 앉아 아까 전 일에 대해 묻자, 잔뜩 긴장한 채 다리까지 달달달 떨어가며 '나 정서불안이에요' 를 가득 표출하는 이지혁이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덤덤한 내 반응에 더 놀란 것 같기도 하고.

 

 

[수리] 아무한테도 말 안할테니까, 아까 그거 한 번만 더 보여주면 안 돼?

 

 

 

원래부터 초능력에 대한 환상이 많았던 나는, 정말 저런게 실제로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지내왔는데, 진짜 초능력을 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바로 내 눈 앞에.

신기하다는 마음보다는, 약간 동경심? 이라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까는 덤덤한 척 했지만 점점 부풀어오르는 내 기분을 나도 주체할 수가 없다. 한층 들뜬 목소리로 이지혁에게 한 번 더 보여달라 애원아닌 애원을 하는데,

 

 

 

[이지혁] ..보여주면 아무한테도 말 안하는거다?

 

 

어쩐지, 아까부터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에 집착하는 이지혁이었다.

마치 이미 아물어버린 상처임에도 마주치면 잔뜩 겁먹어 덜덜 떠는 어린아이 같았다.

 

 

 

 

 

 

 

 

 

- 이렇게 쓰는게 맞는건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분류를 어디에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올려봅니다. 미숙한 필력이지만 잘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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