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귓가에 스미는 너의 멜로디

류멍몽 0 10,612

ep1그녀의 이야기 - 짝사랑

(배경: 학교 내 복도)​

[윤미]"혜민아 기운 좀 내라. 응?"

 

[혜민]"........"

 

[윤미]"야, 우리 부장이 이러는 거 하루 이틀이냐? 그놈의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부원들 마음에 스크래치 내는 거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뭘."

 

[헤민]"........"

 

[윤미]"너한테만 그런 것도 아니잖아. 오늘 바이올린 맡은 3학년 선배랑, 플롯 맡았던 선배도 엄청 깨진 거 기억 안 나냐?"

 

[혜민]"........"

 

가냘픈 식물의 줄기마냥 축 처진 혜민의 고개가 서서히 올라가서 결국 윤미와 눈이 마주치는데 성공했다.

 

아이 컨텍을 하기까지는 무려 한 시간 반만의 위로 끝에 얻은 결과였다.

윤미는 자신에게 이런 인내심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그때 혜민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윤미]"어. 어? 야 왜 고개를 들자마자 울려고 그러냐...."

 

[혜민]"아...으흑..흑"

 

이럴 수가. 아무래도 게임 오버인 듯싶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의 시간이 끝내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이젠 혜민의 우울함이 윤미에게까지 전염되어서 다시 리셋버튼을 누르고 혜민을 달래줄 힘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윤미는 혜민의 옆자리에 쪼그려 앉아 그대로 주저앉은 채 허탈한 듯 허공을 응시했다.

 

[윤미]'아, 나 오늘 오빠랑 데이트해야 하는데 혜민이 이 계집애는 친구의 연애사업을 도와주질 않네...

          그냥 확 버리고 갈까?'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소리 없이 오열하던 혜민에게서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혜민]"흐으...조하한다 흑....마이야"

 

[윤미]"뭐라는 거야... 야, 혜민! 뚝 그치고 제대로 말해야 알아들을 거 아니야."

 

그녀는 크로스백에서 티슈를 한 장 꺼내 손수 혜민의 코에 대주며 코를 흥 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혜민은 꺽꺽 우는 와중에도 있는 힘껏 흥하고 코를 풀었다.

 

[윤미]"자, 이제 심호흡 하고 그렇지 천천히 후우~하 후우... 잘했어 이제 다시 한번 말해봐"

 

[혜민]"좋아한단 말이야!"

 

[윤미]"....뭐?"

갑자기? 누구를?

그러니까 설마 부장...아, 아니 재윤 선배를?

냉철하고 감정 없기로 워낙 유명해서 혹시 그 몸 속안에 지퍼를 열기라도 하면 로봇이 나올 것만 같은 그런 선배를.....

 

[혜민]"흐..으윽 이번에 내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피아노 반주자 모집이래서 지원해보긴 했는데 아무래도 나 이동아리 괜히 들어 왔나봐...

          괜히 얼굴도장 찍으려다 미운털만 박혔어...흐..흑...

왜 진작 눈치 채지 못했을까 나는?!

[윤미]'​그래.... 생각해보면 우리 부장의 시월드 급 잔소리 때문에 동아리 관둘까 수십 번을 하소연 해봐도 혜민이 요것은 그 자리 나갈 거면 차라리 자기가 들어가고 싶다고 했었지...

          그런데 그 이유가 그 선배를 좋아해서 라니...!'

 

[혜민]"나....나 이제 어떻게 해 윤미야... 이런 이미지로 고백해봐야 이미 차일 것 같아..."

윤미는 홀로 생각이 정리된 그제 서야 다시 혜민이 눈에 들어왔다.

[윤미]'...일단 뭐라도 위로를 해줘야 할 것 같단 말이지..'

         "아냐, 그 인간이 피도 눈물도 없을 정도로 냉정해서 자기가 듣기에 실력 없다고 생각하면 막 사정없이 겁나 까고 그렇지만 그 순간뿐이니까 굳이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진 않을 거라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오늘만 해도 그 선배한테 까인 사람이 한둘이냐고!"

 

[혜민]"그럴까...?"

 

[윤미]"당연하지! 그러니까 기운내고, 넌 앞으로가 중요하단 말이야.

         내일 토, 일 이틀 동안 바짝 연습하면 충분히 마스터 가능하다고"

 

[혜민]"응...

         그럼 네가 연습 봐주는 거지?"

 

[윤미]"아....여, 연습은 말이지..."

         '한 달 전부터 오빠랑 1박2일 여행 가기로 했단 말이다!'

 

[혜민]"응?"

그, 그렇게 쳐다봐도 나는....

 

[윤미]"미, 미안하지만 이번 주말은 내가 시간이 안나

         선약이 잡혀있단 말이야."

[혜민]"뭐? 왜에..."

 

[윤미]"이, 이유는 묻지 말고!"

한편으론 바쁜 그녀가 섭섭하게 느껴질 법도 했지만, 그래도 윤미한테 이런 일로 피해주고 싶진 않았다.

[혜민]'그래, 결국 내 실력 이니까 혼자 열심히 해봐야지!'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중간에 모르는 부분 생기면 전화할거야 꼭 받아줘?"

 

[윤미]"알겠어. 이번 주는 못 도와줘서 미안하고"

문득 밖을 보던 윤미는 일순간 놀란 표정이 되어 자리에서 뛰어나갔다.

 

[윤미]"그, 그럼 나 먼저 가볼게! 주말동안 힘내고 월요일에 봐!"

 

[혜민]"어어...조심히 가.."

분명밖에 서 있던 남자랑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

예상대로 윤미는 그 남자에게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멀어져갔다.

[혜민]윤미 남친 새로 생겼나보네...

홀로 덩그러니 남겨져서일까 이루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이 한 번에 밀려왔다.

분명 지금이라면 곡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으리라.

(배경 전환: 음악실)

[재윤]"잠깐, 피아노 멈춰."

[혜민]"네, 네?"

갑작스레 연주를 멈추라 지시하더니 이번에는 이쪽으로 다가온다.

점점 그와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심장은 미친 듯이 방망이질 해댔다.

한 걸음

두 걸음

이윽고 우뚝 앞에 선 그를 올려다보았다.

찡그려진 미간사이의 주름을 매만지며 아니꼬운 표정을 짓는데도 왜 그리 나른하고 섹시해 보이기까지 하는지...

혜민이 꿀꺽 하고 침을 삼키는 행동조차 의식이 되는 시점에 그가 입을 열었다.

[재윤]"이제야 좀 연주다운 연주를 한다 싶더니..."

그녀의 정곡을 찌르는 그의 한숨 섞인 혼잣말이었다.

그 말대로 불과 30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악보의 한 마디 한 마디 마다 매끄럽게 넘어가는 법 없이 틀리는 덕에 흐름은 뚝뚝 끊어져 버렸다.

물론, 그때도 엄청 혼쭐나고 남들 쉬는 시간 내내 급하게 맹연습했지만..

[재윤]"피아노 너 말이야. 이 곡을 연주할 때 어떤 감정이 들어가야 하는지 영 감이 안 오는 모양이지?"

[혜민]"아...그게..."

[재윤]"잘 들어. 이 곡은 말이야."

(배경전환: 다시 현재)

연주 내내 이곡은 서글픈 느낌이 들어야 한다.

너의 연주는 시종일관 붕 떠있는 느낌이라는 둥

그 이후로도 지적을 몇 번 씩이나 받았고, 수없이 까였었지만

물론 실력부족이 아니라곤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녀도 나름 변명할 수 있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사실 좋아하던 당신을 오랜만에 보게 되서

단지 복도에서 오며가며 스쳐 지나는 것이 아니라 한 교실에서

그래서 설레고, 또 긴장 되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덜덜 떨려오는 손가락으로 간신히 연주했었다는 사실을...

[혜민]'선배는 모르죠?'

씁쓸하지만

[혜민]"짝사랑이 그런 거지 뭐..

         에휴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to be continued.......

*)'시크릿 러브' 앱에서 정식 연재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후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앱에서 선보이겠습니다^^ 많이 많이 찾아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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